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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건 고여 있는 곳이면
무엇이건 고여 있는 곳이면
- 황동규
무엇이건 고여 있는 곳이면
돌을 던지는 친구가 있었다
정신이 딴 데 고여 있는 사람을 보면
가차 없이 돌 맛을 보여주곤 했지.
허나 우물에 돌을 던지면
퐁 소리 들리고
물그림자 둥글게 번지다 사라지고
다시 돌 던지기 전 우물 되듯
제자리걸음이 되곤 했지.
무엇이건 고여 있는 곳이면
돌을 던지는 친구가 있었다.
그의 돌,
우물을 한번 들었다 놓을 그런 돌은 아니었어.
그러나 어떤 우물에서는 그의 작은 돌들이 쌓여
물 위로 나오기도 했지.
무엇이건 고여 있는 곳이면
돌을 던지는 친구가 있었다.
그가 세상에서 훌쩍 나가버린 날
여기저기서 꽃잎들이 날아와
막 고이기 시작하는 그의 추억에 떨어졌지.
꽃잎들, 처음엔 뵈지 않던 붉은 동백까지
지금도 그대로 떠 있다,
물가엔 웬 돌도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