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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論

Author
mimi
Date
2009-08-31 11:58
Views
11918

 

 

 신발論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보따리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 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었던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過積)으로 선채가 기울어진. 선주(船主)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일기장에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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