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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냄새

Author
문학
Date
2017-11-16 15:41
Views
9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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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냄새



 



윤의섭



 



 



이 바람의 냄새를 맡아 보라



어느 성소를 지나오며 품었던 곰팡내와



오랜 세월 거듭 부활하며 얻은 무덤 냄새를



달콤한 장미 향에서 누군가 마지막 숨에 머금었던 아직 따뜻한 미련까지



바람에게선 사라져 간 냄새도 있다



막다른 골목을 돌아서다 미처 챙기지 못한 그녀의 머리 내음



숲을 빠져나오다 문득 햇살에 잘려 나간 벤취의 추억



연붉은 노을 휩싸인 저녁



내 옆에 앉아 함께 먼 산을 바라보며 말없이 어깨를 안아 주던 바람이



망각의 강에 침몰해 있던 깨진 냄새 한 조각을 끄집어낸다



이게 무언지 알겠냐는 듯이



바람이 안고 다니던 멸망한 도시의 축축한 정원과



꽃잎처럼 수없이 박혀 있는, 이제는 다른 세상에 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전혀 가 본 적 없는 마을에서 피어나는 밥 짓는 냄새가



그런 알지도 못하는 기억들이 문득 문득 떠오를 때에도



 



도무지 이 바람이 전해 준 한 조각 내음의 발원지를 알 수 없다



먼 혹성에 천년 전 피었던 풀꽃 향이거나



다 잊은 줄 알았던 누군가의 살내거나



길을 나서는 바람의 뒷자락에선 말라붙은 낙엽 냄새가 흩날렸고



겨울이 시작되었다 이제 봄이 오기 전까지



저 바람은 빙벽 속에 자신만의 제국을 묻은 채 다시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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