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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거처
Author
mimi
Date
2017-09-03 11:00
Views
6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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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거처
조삼현
나는 하루 한 장 허공에 기단基壇을 쌓는다
시간의 모래알갱이를 눈물로 반죽하여,
지천명이면 마천루 한 채 앉혔을 나이
어제 그러함 같이 오늘도 입때껏
쌓아 올린 층상을 살핀다
사라져버렸다, 사라진 곳에 또
오늘 한 장을 올리며 생각한다
지중해 연안 어느 왕국 술탄의 궁전은
물과 불의 뼈
용암이 빚은 주상절리를 깎고 다듬었나
석공의 땀방울을 한 켜 한 켜 쌓았나
높이 쌓아 올린 외벽 어디 퍼즐 하나가 빠졌다면……
내 생의 이齒 빠진 여름날이 쓰윽
뱀처럼 스쳐 지나가고, 황소구멍으로
냉기 스민다
나를 눈치 챈 달력 구월이
바람을 흔들며 넘어간다
지금은 뙤약볕만으로는 익지 않겠다는
사과나무의 계절
지난봄의 허공 위에 가을을 포갠다, 포개며
살핀다 — 바람은 고요를 흔들어 표정 드러내는데
나를 다녀간 시간은
어느 갈피에 연보를 쌓아 그대라 형용하나
집보다 곰비임비 집 짓는 마음이 더 사원이라면
없지만 있는 집, 훗날 그곳에 불면의
달빛 더께만큼 키 자란 내 그림자가
풍경처럼 걸린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