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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저렇게 몸을 세워서
Author
mimi
Date
2017-06-01 21:23
Views
7482
파도는 저렇게 몸을 세워서
-오정국
파도는 파도쳐서
여태 한 번도 말해진 적 없는
파도가 된다
그 어디에 몸을 세워도 사방이 환하다
파도는
스스로의 높이를 견딜 수 없어 허물어진다
이 지상 어디에도 몸 숨길 데 없는
한 무더기 누더기나 개 같은 것이
팽팽하게 감아쥐는
한 획의
수평
파도는
헐벗은 맨몸을 걸어둘 데 없으니
부딪치고 싸워서 저희들을 기억한다 꼭 그렇게,
쓰레기가 밀리는 해변이 있듯이
눈먼 파도가 나에게 달려와서
내 죄를 묻겠다고 공중으로 떠오르고
파도는 파도쳐서
사문난적의 깃발처럼 흔들리는데,
어찌 저 바다를
내 전신거울로 삼고자 했던가
바다는
파도 한 자락 끊어먹지 못했고
파도는 파도쳐서
두 번 다시 말해질 수 없는
파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