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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이 따스하다

Author
mimi
Date
2016-08-20 18:37
Views
8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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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바닥이 따스하다


      최광임



      돼지 족을 샀다

      도마 위에 올려놓고 면도날로 잔털을 발라낸다

      하얗게 드러나는 살점 부드럽고도 파리하다

      지저분한 밥구시와 똥 묻은 몸뚱이

      어릴 적 사립문 옆 우리 속 돼지들, 생각해보니

      우리 밖을 걸어본 일 없는 발이다

      국산 아닙니다만 맛은 같습니다

      머리와 몸통 내장까지 다 내주고서라도

      우리 밖 세상을 돌아보고 싶었던 것일까

      먼 이국을 건너온 발만 남은 돼지

      평생 한 곳에 자리하고 살았던 만큼

      드넓은 세상으로의 이탈, 저 발들은 꿈꾸었을지 모른다

      통양파와 생강 대파

      냉한 수족에 뜨거운 기운이 돌게 한다는

      계피나무까지 툭툭 분질러 넣는다, 매운 향에

      칼질 사이 묻어나던 들척한 비린내가 가신다

      일을 마치고 막기차 타는 밤이면

      피가 돌지 않는 다리 주무르다 새벽을 맞기도 한다

      가끔은 더욱 안온한 우리와 부실한 다리

      탐하거나 탓하기도 하다가

      차창 밖으로 내달리는 세상, 가장 큰 우리 속에서

      화르르 찜통이 넘친다

      뜨거운 세상을 얼마나 걷고 또 걸었는지

      다갈색으로 그을린 발등의 살점들 우둘투둘하다

      관절마다 건강한 촌부의 마디처럼 굽어 있다, 울컥

      굳은살에 도는 기운

      발바닥이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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