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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습지 1 -염부(鹽夫)
Author
mimi
Date
2016-07-03 18:22
Views
8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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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습지 1
-염부(鹽夫)
고 경 숙
늙은 수차가
까만 콜타르 소금창고벽에
몸을 기댔네
해당화 빨갛게 피운 한낮,
갈 곳도 기다릴 사람도 없어 흘러든 염판은
사방이 막힌 울음방이었네
어긋난 막판이었네
염판에 무릎꿇고
우는 날이 많으면
창고엔 소금이 가득쌓였네
염판을 쓸어모을 때마다
아린 살갗을 통해 살아온 시간들이
울음 결정체가 되었네
다시는
고개를 들지 말자
하늘 볼 용기가 나지 않았네
저기
갯골에 드나드는 바람을 맞는 풀들은
왜 억센지 자네 아는가?
사내를 잃고
계집을 잃고
너무 많이 울어 진이 빠진 염습지의 풀들은
여름에도 가을처럼 버석거린다네
소금을 좀 안다는 놈들은 말이네
독하질 못하다네
제 속 다 내주고 실컷 우는 것
고작해야 울음을 만드는 방법밖에 더 알겠나?
아,
하늘도 도와줘야지
실컷 울게 염전에 머리를 밀어처박는 것,
그리고
죽도록 찌는 더위와 싸우게 하는 것이라네
그러니 자넨,
어서 돌아가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