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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

Author
mimi
Date
2016-05-21 12:03
Views
8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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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            


 김세영




 


절지동물보다 마디가 많다


그들보다 무게가 많아


아파서 못 쓰게 된 마디가 많다


 


직립으로 걸을 때부터


발가락 마디마디들


발목무릎고관절들이


크랭크축처럼 움직여 왔다


 


앞발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손가락 마디마디들


손목팔꿈치어깨 관절들이


삼단노선의 노잡이처럼 움직여 왔다


 


손가락 마디를 꺾으며


캐스터네츠 소리를 낸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팔을 들면 어깨마디에서


일어서면 무릎마디에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꼬리뼈마디를 미어*처럼 깎아내는


손목시계의 초침의 칼날이


매장된 기억의 무덤을 파헤쳐서


소리 뼈마디 하나를 보여준다


 


내 손목을 놓지 않으려던 굳은 마디의 손목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부러지는 노송의 가지처럼


어지며 들렸던그 마지막 소리를,


 


직립원인이 된지도 백만 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도 서툰 직립보행으로 발목이 잘 접질리


등뼈마디마저 가끔 삐끗하여


유인원의 보행법이 그리울 때가 있다


 


짧고 마디 진 다리로 긴 몸통을 받쳐 들고


산악열차처럼 가는 절지동물의 보행법을


깔딱고개에서 흉내 내어 볼 때가 있다


 


절지동물보다 마디가 많다


그들보다 오래 살아


굳어서 못 쓰게 된 마디가 많다.




 


 


*세포 속에 있는 염색체의 양쪽 끝단에 있는 부분을 말하며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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