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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찾아서

Author
mimi
Date
2016-01-08 18:38
Views
9548
grazing_sheep.jpg


양을 찾아서


구녹원




 


마침내 양은 사라졌다

의식을 잃고서 나는 은주발에 담긴 눈* 되고 싶었다

갈피가 바랜 경전 속에 없던 신이

밑창 닳아 낮아진 가죽신 아래에서 흘렀다

내리는 게르 뒤란에서 의식은 치루어졌지

마리는 선택되었고

모든 자연의 의식 속에서 가장 무죄한 걸음걸이

죽음으로 걸어갈 누구라도 하늘을 보고 땅을 것이다

단도가 양의 숨길을 통과하는 직전 눈은 검은 천으로 가리워지고

목자牧者 올을 뽑아 속주머니에 소중히 간직한다

자에게 건너간 울음소리, 가슴에서 질척이고

가장 조용히 자기를 버려 안식을 얻는 양의 침묵을 본다

양떼구름이 언덕으로 무리 지어 지나갈

두루마리 편지처럼 자꾸 도사리는 중얼거림들

대신 초원을 자라게 하는 울음소리가 하늘을 펼친다

만나고 싶은 얼굴이 생각날 때마다

나는 침상 캐시미어에 머리를 파묻고 싶었다

천년을 흐르는 구름도 있었다

양은 어디에 있을까

 




 

*벽암록 제 13 파릉(巴陵) 은완리성설(銀椀裏盛雪)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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