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문학자료실
워싱턴 문학
오늘의 시
평론과 해설
문학 강좌
세계의 명시
우리말 바루지기
워싱턴 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
죄
Author
mimi
Date
2015-12-01 20:40
Views
9344
죄
이기철
요컨대 내 생은 밥숟갈을 위한 노역이었다
나는 누굴 위해 살지 않았고
철저히 나를 위해 살았다
나는 내 월급을 데어 남에게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모든 밥숟갈은 아세였고 곡학이었다
나는 남을 사랑할 시간이 없었다
내 안에 꽃피는 시간들이 나를 죄짓게 했다
나는 오늘 무엇을 용서받아야 하는가
다리가 아프도록 서서 읽은 편지
대합실에서 읽던 시
그런데 나는 왜 눈물 흘리는 새에 대해서는
한 줄도 안 썼는가
서리의 예감에 몸을 더는 나무에 대해서는?
안 굽어지려고 기를 쓰는 분재묘목에 대해서는?
바닥이 즐거운 넙치에 대해서는?
아, 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
그리운 바보가 된 사람을 위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