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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병
Author
mimi
Date
2015-06-01 12:41
Views
9891
꽃병
채호기
저 꽃병은 자신이 흙이었던 때를 기억할까?
꽃은 산모퉁이에, 들판에
사라지는 목소리들로 사그라지고
꽃이 없는 빈 병이 아름답다.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꽃병의 자매였다는 것을 마침내 알아챘을까?
아무것도 꽂지 않았을 때
비로소 자기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죽음 다음에는 그 무엇도 없기에
눈에도 흙을 뿌리고
입에도 귀에도 흙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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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기 시인
1957년 대구에서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대전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1988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슬픈 게이』(문학과지성사, 1994)『밤의 공중전화』(문학과지성사, 1997),
『지독한 사랑』(문학과지성사, 1999), 『수련』(문학과지성사, 2002),
<손가락이 뜨겁다>(문학과지성사, 2009)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