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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은하
춤추는 은하
황동규
창밖에 포근한 융단 깔리는 느낌 있어
눈 부비며 베란다로 나간다
흰 눈이 8층 아래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건너편 축대를 한 뼘 가까이 돋우고 흥이 남아
공중에 눈송이를 날리고 있다
마당 가득 하얗게 살구꽃 흩날리는 아침
정선군 민박집이 8층 높이로 올라!
새 꽃밭 찾아낸 벌들이 8자형 그리며 춤추듯
눈송이들이 느슨한 돌개바람 타고
타원을 그리며 춤춘다
살랑대는 저 춤사위, 지구의 것 같지 않군
그래 은하 춤!
은하 속 어디엔가 꽃피운 행성 하나 찾아냈다는 건가?
잠깐, 기억들 다 어디 갔지?
뇌 속이 물 뿌린 듯 고요해지고, 살랑대며 춤추는 은하가
천천히 돌면서 다가온다
나도 모르게 몸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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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시인
1938년 서울에서 출생. 서울대 영문과와 同 대학원 졸업. 영국 에딘버러 대학
등에서 수학. 195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열하일기』(1972), 『삼남에 내리는 눈』(1975),
『견딜 수 없이 가벼운 존재들』(1988), 『몰운대행』(1991),
『미시령 큰바람』(1993), 『외계인』(1997), 『버클리풍의 사랑노래』(2000) 등과
산문집 『겨울 노래』, 『젖은 손으로 돌아보라』 등을 펴냄.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