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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사슬

Author
mimi
Date
2014-02-15 10:44
Views
1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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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사슬     /심수자 


 

 

거미도 없는 빈 거미줄이 도처에 무성하다

초읍동 일층 단칸방에 살다가

얇은 요위에서 오년 만에 발견된

독거노인은 백골이다

산동네 좁은 골목길이 얼키고 설켜

커다란 거미 한 마리쯤은 키웠겠다

한 생을 다한 그녀는 거미 몸에 들어

자신을 갇히게 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풀어낸 실로 여리고 성을 쌓은 것이다

방 한쪽 구석엔 냄비와 그릇 두어개

빈 가스버너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녀, 한 겹 두 겹 아홉 겹 까지 껴입은 옷은

추위 멈추고 싶은 몸부림 이었겠지

무뎌진 낮과 밤의 경계에서

이끼는 바닥의 습기를 먹고 자라고 있었다

그녀가 백골이 되어 가면서

곤충들 더 이상 걸려들지 않을 때

거미는 자신을 걸어둘 장치로

바람 속에 집을 지은 것인지도 모른다

도처에 걸린 거미줄이 내 얼굴에 닿을 때

초읍동 반 마장 거리의 파도 자락은

이미 떠나고 없는 배의 후미인 듯

거미집 바람벽을 밀고 있었다






<2014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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