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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Author
mimi
Date
2014-01-18 10:39
Views
12060
자화상 / 유안진
한 오십년 살고보니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밤중뒷뜰 언 밭을 말달리는 눈바람에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가슴속 용광로에 불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오오 미쳐볼 뿐 대책없는 불쌍한 희망을오오 미쳐볼 뿐 대책없는 불쌍한 희망을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삭아질수록 새우젓갈 맛나듯이때얼룩에 쩔을수록 인생다워지듯이산다는 것도 사랑하다는 것도때묻히고 더럽혀지며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정직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며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끊임없이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멀리 멀리 떠나갈수록가슴이 그득히 채워지는 것이다갈 데까지 갔다가는 돌아오는 것이다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허공이 오히려 살 만한 곳이며떠돌고 흐르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돌아보지 않으리문득 돌아보니나는 나는 흐르는 구름의 딸이요떠도는 바람의 연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