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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일기

Author
mimi
Date
2014-06-12 05:56
Views
12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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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일기  /박남희

 

 

나는 그림자로 일기를 쓴다

언제나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는 나의 연필

해가 있을 때는 선명히, 해가 없을 때는 숨어서

나에게 자꾸만 말을 거는 이상한 연필,

 

그림자 연필은 나를 따라다니며

내 몸이 중얼거리는 것을 받아적는다

내 일기장은 밤낮없이 늘 빼곡하다

그 일기장 속엔 내 속내까지 빠짐없이 적혀있지만

그 속의 글자를 읽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내 일기장은 그림자로 읽어야 해독이 가능하다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평면으로 읽는 일은

그림자만이 가능하다

 

세상의 오색찬란한 색도 지우고

세상이 원하는 모든 광택도 지우고

그림자는 스스로를 내려놓아 가난해진다

가난한 그늘의 언어로 세상을 이야기한다

 

나는 오늘도 그림자 일기를 쓴다

그늘이 감추어두었던 풀꽃 같은 세상을

그림자로 만나

그림자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나는 일기를 쓰면서

그림자 속으로 나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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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남희시인

경기 고양 출생.

숭실대 국문과및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석, 박사과정 졸업(문학박사).

1996년 경인일보,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폐차장 근처』『이불 속의 쥐』『고장난 아침』

평론집 『존재와 거울의 시학』

학술서적 『 한국 현대시와 유기체적 상상력』 『직관과 상상력』(공저)

현재 계간 시전문지 『시산맥』주간, 『창작 21』편집위원.

고려대와 숭실대에서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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