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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따기

Author
mimi
Date
2014-08-18 06:01
Views
19170

감자꽃.jpg



감자꽃따기

 

황학주

 

 


네가 내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었는지 흰 감자꽃이 피었다 

폐교 운동장만한 눈물이 일군 강설降雪 하얗게 피었다 

장가가고 시집갈 때 

모두들 한 번 기립해 울음을 보내준 적이 있는 시간처럼 

 

우리 사이를 살짝 데치듯이 지나가 슬픔이라는 감자가 달리기 시작하고 

따다 버린 감자꽃의 내면 중엔 나도 너도 있을 것 같은데 

감자는 누가 아프게 감자꽃 꺾으며 뛰어간 발자국 

 

그 많은 날을 다 잊어야 하는, 두고두고 빗물에 파이는 마음일 때 

목울대에도 가슴에도 감자가 생겨난다 

감자같이 못 생긴 흙 묻은 눈물이 넘어 온다 

 

우리 중 누가 잠들 때나 아플 때처럼 

그 많던 감자꽃은 감자의 안쪽으로 가만히 옮겨졌다  





- 《시와표현》 201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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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한시] 살구나무가 있는 여행 외 1편 / 황학주  황학주 시인

1954년 광주에서 출생. 세종대·한양대 교육대학원 및 우석대 대학원
국문과(박사과정)를 졸업.  1987년 시집 『사람』으로 등단한 이래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갈 수 없는 쓸쓸함』,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생 담요』,
『루시』,  『노랑꼬리 연』 등의 시집 펴냄. 제3회 서정시학 작품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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