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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명상
신지혜
아득히 오래 전
내가 꽃이었을 때 생각하여 함부로 꽃을 꺾지 아니합니다
내가 새였을 때 생각하여 함부로 새를 가두지 않습니다
내가 물고기였을 때 생각하여 함부로 물고기 낚지 않습니다
내가 짐승이었을 때 생각하여 함부로 짐승 해치지 않습니다
내가 미생물부터 사람 옷 입을 때까지 수 억겁 돌아오는 동안
내가 무엇은 안되어 보았겠는지요
내가 어떤 것의 어미 아비 자식은 안되어 보았겠는지요
내가 꼬리 달고 날개 달고 쫒기거나 쫓아본 적 없었겠는지요
내가 더러운 것 악취 나는 것 잔인한 것 안되어 보았겠는지요
나 여기 지구인으로 당도해
천의 얼굴 만의 얼굴 만나 조금치도 부끄럽지 아니했는지
존재와 존재의 경계너머 물질과 비물질 서로 한 몸처럼
두 뺨 뜨겁게 부빈 적 있었는지 가만 내게 묻습니다
이 생 또다시 쓰는 저녁,
저 어깨축 기울어진 지구는 여전히 나를 태운 채 삐걱이며
불변의 밀교처럼 통 우주체를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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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02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과 2002년 《현대시학》 제5회 신인작품공모에 당선되어 등단. 제3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에서 대상 수상. 'The Famous Poets Society' U.S.A 에 New
Millennium Poet로 선정.
저서로는 시집으로 『밑줄』(천년의시작, 2007)과 그밖에 한.영 대역시집 'New
York Poetry' (미동부한국문인협회 刊)가 있음. 현재 한국문인협회, 미동부한국문인협회, 재미시인협회 회원이며 「시와
뉴욕」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