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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집

Author
mimi
Date
2013-04-18 21:41
Views
11369

 dewdrops.jpg



  물의 집 / 배옥주

 

 

 


  언니가 죽은 지 열 달 만에


  형부는 새장가를 갔다


  일 년 만에 만난 그는


  들떠있는 물방울 넥타이를 다질링 홍차로 누르고 있다


  일곱 살 때 형부로 만난 남자가


  눈물 몇 방울로 추억을 버무리는 동안


  ‘오후의 홍차’ 창가로 오후가 흘러내린다


  개업행사 치킨집 앞 피에로는


  긴 막대기로 비눗방울을 만들어 날리고 있다


  닿기만 하면 터지는 물의 집


  저건 어쩌면 비누의 상처가 살고 있는


  투명한 집인지도 모르겠


  잊고 싶었던 시간들이 남천 열매처럼


  창가에 매달려 흔들리는 동안에도


  난 탁자 밑의 아린 발에만 신경이 쏠린다


  두해 겨울을 건너뛴 부츠가


  잊었던 기억을 물집으로 달아준 것일까


  제 안의 분노가 저를 삭힌,


  절룩이는 걸음을 숨기며 허공을 내려올 때


  기어코 물집이 터지고 말았다


  뒤축에서 며칠째 아린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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