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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먼자 (KIMEUNJA)

Author
mimi
Date
2013-02-13 07:39
Views
13217

 

airport.jpg



먼자 (KIMEUNJA)/ 김은자



 

공항에서 잃어버린 두개의 이민가방이 도착한 것은

미국에 도착하고 육개월 후, 동네 간이 우체국

찌그러진 깡통 이민 가방이 내 발 앞에 놓였을 때

이름표에는 이름이 반쯤 지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KIMEUNJA 귀.먼.자.로 불렀다 운명같은 해독 이후 나는

귀머거리가 되었다 모국어가 목마른 날이면 먹먹해진

귀를 홀로 만지며 대숲을 뒹구는 사람들 틈 속에서

지퍼를 열면 붉은 울음이 빗방울처럼 매달려 있었다

이민 올 때 엄마가 사준 꽃무늬 원피스는 아직도

한쪽 팔이 꺾인 채 옷장 한켠 박제처럼 걸려 있다

귀머거리의 속성은 엷게 떨다 눈을 잠가 버리는 것

겨울에 떠나 여름에 도착한 개화를 모르는 그리움

깊숙이 손을 넣으면 이민 올 때 언니가 사준 벙어리

장갑이 딸려 나온다 귀가 멀면 입도 멀어지는 법

이국異國은 명치뼈 아래께 느껴지는 통증 같은 것

흰 편지에 봉인된 얼굴들을 넣고 돌아서는 색색色色의

사람들 발음 틀린 소통이 오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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