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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Author
mimi
Date
2012-12-06 09:16
Views
1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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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 허혜 

 

 

 

  북적이는 연회장에 아픈 얼굴이 있다

 

  방명록을 들치지도 않고, 기념사진도 찍지 않는

  별달리 알아 보는 이도

  그의 외떨어진 걸음을 좇아가는 이도 없는

  아무도 무슨 시를 쓰느냐고 물어보지도 않는

  그저 수상자를 위해 찾아왔을 하객인 누군가가

 

  특별히 만난 일은 없었지만

  그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진실로 간직하고 싶었노라 말하고 싶다

  무어라 할까, 이상하게 오래 남아 울리던 말들

  어둠 속에 바삭이는 비밀의 필사본처럼 적막에 싸인 세계

 

  낡은 목조 책상이 놓인 실험실을 떠올렸었다

  그대의 책장에서 원소들이 담긴 유리병을 상상했다

  마그네슘같이 흰, 또는 붉고 푸른 냄새와 맛을 간직한 가루

  얇은 백지에 조심스레 쏟아낸 말들의 결혼을

 

  불꽃반응을 관찰하는 아이처럼

  신비스런 말들을 천천히 되새기면

  알콜 램프에서 팔락이며 피어오르는 휘푸른 불꽃

  눈망울을 아리게 하던 불꽃

 

  사각이는 글자를 온기로 물들이며

  예민한 불꽃을 피워내는 영혼의 원소들

  빛을 향해 끌려가는 침묵과 먼지 냄새 가득한 꿈

  그대 언어의 빛은 얼마나 고적하고 슬펐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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