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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또 다른 입구

Author
mimi
Date
2011-07-25 13:39
Views
13772

 

장미.jpg



장미의 또 다른 입구   

 

 

      

  오늘은 장미 한 송이를 걸어보았습니다.

  열세 개의 문을 통과했지요.

  꽤 은밀한 구석이 많은 꽃이더군요.

  한 잎 한 잎 지날 때마다

  고통스러운 향기가 후욱 끼쳐왔습니다.

  꽃잎이 다 누운 뒤 남은 암술에는

  노란 꽃가루들이 곡옥처럼 반짝였습니다.

  꽃가루 음절들이 만든 문장을

  저는 끝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만,

  그 해독되지 않는 침묵이

  장미를 장미로 만드는 원천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장미 한 송이를 걷고 난 뒤에도

  걷지 않은 길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열에 들뜬 손가락은

  유리조각처럼 흩어진 꽃잎을 만지며

  장미의 또다른 입구를 찾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들어간 적 없는 향기로운 방,

  그러나 표정을 잃어버린 장미는

  어떤 문도 불빛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 꽃잎에서 저 꽃잎으로,

  이 꽃잎에서 또다른 꽃잎으로,

  베인 손가락은 피를 흘리며 서성거릴 뿐이었습니다.

  장미가 남은 향기를 다 토해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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