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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또 다른 입구
Author
mimi
Date
2011-07-25 13:39
Views
13814
장미의 또 다른 입구
오늘은 장미 한 송이를 걸어보았습니다. 열세 개의 문을 통과했지요. 꽤 은밀한 구석이 많은 꽃이더군요. 한 잎 한 잎 지날 때마다 고통스러운 향기가 후욱 끼쳐왔습니다. 꽃잎이 다 누운 뒤 남은 암술에는 노란 꽃가루들이 곡옥처럼 반짝였습니다. 꽃가루 음절들이 만든 문장을 저는 끝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만, 그 해독되지 않는 침묵이 장미를 장미로 만드는 원천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장미 한 송이를 걷고 난 뒤에도 걷지 않은 길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열에 들뜬 손가락은 유리조각처럼 흩어진 꽃잎을 만지며 장미의 또다른 입구를 찾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들어간 적 없는 향기로운 방, 그러나 표정을 잃어버린 장미는 어떤 문도 불빛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 꽃잎에서 저 꽃잎으로, 이 꽃잎에서 또다른 꽃잎으로, 베인 손가락은 피를 흘리며 서성거릴 뿐이었습니다. 장미가 남은 향기를 다 토해낼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