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문학회
장르별 문학회
시 문학회
아동 문학회
수필 문학회
소설 문학회
평론 문학회
영문학회
시조 문학회
새는 날개가 있다/매일신문 당선작
(매일신문 당선작) 새는 날개가 있다 - 송승원 |
|
(조선일보 당선작)
극야의 새벽 - 김재길
얼붙은 칠흑 새벽 빗발 선 별자리들
붉은 피 묻어나는 눈보라에 몸을 묻고
연착된 열차 기다리며 지평선에 잠든다.
황도(黃道)의 뼈를 따라 하늘길이 결빙된다
오로라 황록 꽃은 어디쯤에 피는 걸까
사람도 그 시간 속엔 낡아빠진 문명일 뿐.
난산하는 포유류들 사납게 울부짖고
새들의 언 날개가 분분히 부서진다
빙하가 두꺼워지다 찬 생살이 터질 때.
제 눈알 갉아먹으며 벌레가 눈을 뜬다
우주의 모서리를 바퀴로 굴리면서
한 줌의 빛을 들고서 연금술사가 찾아온다.
황천의 검은 장막 활짝 걷고 문 열어라
무저갱 깊은 바닥 쿵쿵쿵 쿵 울리면서
안맹이 번쩍 눈 뜨듯 부활하라 새벽이여.
(국제신문 당선작)
목수 요셉의 꿈 - 이양순
자욱한 시름으로 촛불을 켜는 저녁
결 따라 매긴 먹줄 말씀으로 되살아나
한 꺼풀 옹이 박힌 업죄를 벗겨가는 목수여
길은 어디 있는가 죄 없는 이 바라보며
성전(聖殿)의 둥근 기둥을 내리치는 손바닥엔
먼 훗날 가슴을 적실 뜨거운 피가 흐른다
톱밥 대팻밥에 묻어 있는 생명의 빛
고결한 숨소리가 당신 곁에 머물러
종소리 가득한 사랑이 온 누리에 퍼지고
품삯이야 김이 나는 식탁이면 넉넉하고
기도소리 새는 창가 성가처럼 별이 내려
거룩한 날이 열고 저무는 환한 집을 짓는다
(동아일보 당선작)
꽃씨 날아가다 - 조은덕
짓무를라, 떼어 내고 뒤집어서 옮겨 놓는바람이 날라다 준 햇살 한 줌 끌어안고
손가락 굵기만큼 동글 납작 눕히는 무
어머니, 물기 밴 시간 꼬들꼬들 말라 간다
뒤틀린 세월들을 하나 둘씩 펼쳐본다
여름이 남기고 간 속살 광주리에 가득하다
맵고 짠 눈물 섞어 켜켜이 눌러 담은
어둠 속에 숨 고르는 울혈의 무말랭이
주름진 생을 삭힌다, 아린 손끝 붉어온다
돌아가는 모퉁이길 얼비치는 맑은 아침
마른 뼈 꽉 움켜 쥔 말간 핏줄 여울목에
어머니 가벼워진 몸, 꽃씨 되어 날아간다
(영주일보 당선작)
쌀점 - 김영순
해마다 봄빛 돌면 통과의례 치르듯
식구들 손 없는 날 그것도 짝수 날에
남몰래 저녁 어스름 불빛처럼 다녀간다
어머니는 무당을 나그네라 부른다
부엌에는 조왕신 애들 방엔 삼승 할망
달랠 신 또 하나 있네
능청스레 뜨는 달
“인정 걸라, 인정 걸라”
요령소리 댓잎소리
내 사랑 고백 같은 심방사설 잦아들면
놋쇠 빛 산판에 걸린 식솔들 신년 운수
공기 놀듯 쌀 몇 방울 휙 뿌렸다 잡아챈다
홀수는 내던지고 짝수만 받아 삼킨다
입춘이 갓 지난 봄빛
씹지 않고 삼킨다
(경상일보 당선작)
천수만 청둥오리 - 김윤
지축을 뒤흔드는 수만 개 북 두드린다
오색 깃발 나부끼는 천수만 대형 스크린
지고 온 바이칼호의 눈발 털어놓는 오리 떼
아무르강 창공 넘어 돌아온 지친 목청
오랜 허기 채워 줄 볍씨 한 톨 아쉬운데
해 짧아 어두운 지구 먼 별빛만 성글어
민들레 솜털 가슴 그래도 활짝 열고
야윈 목 길게 뽑아 힘겹게 활개 치며
살얼음 찰랑 가르고 화살처럼 날아든다
중앙시조백일장 연장원
바람의 각도 - 김태형
추위를 몰아올 땐 예각으로 날카롭게
소문을 퍼트릴 땐 둔각으로 널따랗게
또 하루 각을 잡으며
바람이 내닫는다.
겉멋 든 누군가의 허파를 부풀리고
치맛바람 부는 학교 허점을 들춰내며
우리의 엇각인 삶에
회초리를 치는 바람
골목을 깨우기 위해 어둠을 밀치는 것도
내일을 부화시키려 햇살을 당기는 것도
세상의 평각을 꿈꾸는
나직한 바람의 몫
농민신문 당선작
연어 - 김완수
오년 전에 허물 벗듯 훌쩍 떠난 금실네가
가을날 지느러미 찢긴 채로 귀농했다.
세 식구 돌아온 길에 자갈들이 빽빽하다.
땅과 마주하는 법은 손에서 놓은 지 오래
도회의 수년 배긴 굳은살이 아른거려
금실이 아버지 눈은 흙마저도 시리다.
지게질도 해 보고 바닥에도 서 봤다.
시골이나 도시나 아찔하긴 매한가지
온 식구 해묵은 삶은 아가미도 헐었다.
댐처럼 가슴이 막혀 오는 두렁의 기억
금실네는 잃어 버린 편린들을 찾기 위해혼탁한 모랫바닥을 퍼덕거려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