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문학회

장르별 문학회

시 문학회

아동 문학회

수필 문학회

소설 문학회

평론 문학회

영문학회

시조 문학회

2009 신춘 시조 서울, 동아, 조선을 읽고|임경구 시조강좌

Author
혜강
Date
2010-03-13 07:49
Views
9393

2009년 서울신문 신춘시조 당선작

허 균(許筠) 박성민

 

때늦은 여름밤에 그대 마음 읽는다

지금도 하늘에선 칼 씌워 잠그는 소리

보름달 사약 사발로 떠 먹구름을 삼켰다

 

어탁(魚拓)처럼 비릿한 실록의 밤마다

먹물로 번져가는 모반의 꿈 잠재우면

뒷산의 멧새소리만 여러 날을 울고 갔다

----

<감상 후기>

옛 정서를 옮기는 것도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러 수를 이어, 연시조의 틀을 갖추면 좋은 작품이 될 것으로 본다. 적어도 7-8수 이상. 리듬이 불안하고, 정형의 틀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했다.

-

때늦은 여름밤 : 이상하다. 밤이 깊었다던가 밤이 늦었다던가하는 것은 이해가 되나, 때가 늦었다. 늦여름밤이라는 말일 것인데, 시조는 적은 단어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따라서 신춘을 위해 준비했다는 작품이라면, 꾸중을 듣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그대 마음 읽는다. : 어차피 자수를 맞추려 하지 않는다면, 굳이 조사를 빼서 리듬을 어색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본다.

보름달 사약 사발로 떠 먹구름을 삼켰다. :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미지나 느낌 등의 정서가 있다. 보름달이 사약사발로 표현을 하는 것은 분명 우리 정서 상 반발의 소지가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어탁처럼 비릿한 : 논리적으로 어긋나는 표현이다. 시문학에서 논리적인 법칙을 어느 정도까지 묵인해야할까? 1+1은 2가 아니다라고 주장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비약을 위해서 바닥을 단단히 다지려면, 시작은 철저하게 계산되어야 한다. 시조는 종장이 생명이다.

-

긴긴 여름 밤이 깊도록 허균을 읽는 귀에 하늘에서 들려주는 그 시절의 소리가 생생히 들리나 보다. 습습한 감옥에 칼을 쓰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름달만한 대접으로 사약을 마시는 모습이.

피비린내 나는 실록을 읽는 밤마다 선비들의 모반과 충절의 갖가지 사연들.

허튼 날들은 멋없이 실속 없이, 무심하게 지나만 갔고, 오늘까지 이어 오는 것이리라.

이에 붓을 들어 시조를 쓰는 어는 선비를 본다.

---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문학이라고 해도, 우리는 독자를 의식하고, 자신의 주장을 확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더욱 갈고 닦아야만 분수처럼 솟구칠 날이 오리라 본다.

---

 

동아일보 2009 신춘문예]시조 당선작

연어를 꿈꾸다 -김영희

 

시작이 끝이었나, 물길이 희미하다

매일 밤 고향으로 회귀하는 꿈꾸지만

길이란 보이지 않는 미망迷妄 속의 긴 강줄기

 

바다와 강 만나는 소용돌이 길목에서

은빛 비늘 털실 풀듯 올올이 뜯겨져도

뱃속에 감춘 꿈 하나 잰걸음 꼬리 친다

 

내 다시 태어나면 참꽃으로 피고 싶다

붉은 구름 얼룩달록 켜켜로 쌓인 아픔

흐르는 물속에 풀고 가풀막을 오른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저한 역류의 몸짓

마지막 불꽃이 타는 저녁 강은 황홀하다

비로소 바람에 맡겨 눈감고 몸을 연다

---

<감상후기>

모든 걸 제쳐두고 모든 연의 종장의 애매함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미사려구를 절제하라는 말은 여기에 적용되는 말 같다. 멋지게 쓰는 것도 좋지만, 논리적으로도 감상적으로도 그럴싸해야 하지 않을까

시조는 리듬이 살아야 한다. 1연의 "긴" 2연의 "바다와 강 만나는"에서 어색하다.

"얼룩달록"은 작자의 의도적인 표현이었을까? 아쉽다.

-

1~2연은 연어에 대한 글이라면 3-4연은 참꽃의 표현이라고 보아도 되겠다는 것일까?

제목은 연어인데, 참꽃이 절반이다. 그렇다면, 완성도면에서 소홀하다 말하고 싶다.

이 시조는 두 개의 시조라고 볼만하다. 1과 2를 붙여 나누던지 했어야 했다고 본다.

도저한 역류의 몸짓 : 도저하다는 뜻은 참 좋다, 극진하다 이런 뜻인데, 역류와 합쳐 썼다. 의도적으로 썼을까, 겉멋으로 썼을까 의심되는 부분이다.

적어도 4대 일간지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작품이라면 흔히 사용하는 표현들-미사려구라 불려지는 표현들을 배제하여야 한다고 본다.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이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좀 더 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대시조가 살아나려면 새로운 작품들이 그 빛을 발해야 한다.

새로운 작품 새로운 신인들이 자꾸만 등장하여야만 그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

 

[2009.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인삼반가사유상 / 배우식

 

1

까만 어둠 헤집고 올라오는 꽃대 하나

인삼 꽃 피어나는 말간 소리 들린다.

그 끝을 무심히 따라가면 투명 창이 보인다.

2

한 사내가 꽃대 하나 밀어 올려 보낸 뒤

땅속에서 환하게 반가부좌 가만 튼다.

창문 안 들여다보는 내 눈에도 삼꽃 핀다.

 

무아경, 온몸에 흙물 쏟아져도 잔잔하다.

깊고 깊은 선정삼매 고요히 빠져있는

저 사내, 인삼반가사유상의 얼굴이 환하게 맑다.

3

홀연히 진박새가 날아들어 묵언 문다.

산 너머로 날아간 뒤 떠오르는 보름달,

그 사내 침묵의 사유가 만발하여 나도 환하다.

---

<감상 후기>

시조는 원래 단수를 원칙으로 삼는다. 그러나 요즘 현대시조의 연작시는 단수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시조 3장의 원칙을 벗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시조라고 명명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

이 시조는 발상이 참 좋다.

그런데 리듬의 연결이 어색한 곳이 많다.

어차피 자수를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면 리듬이 살도록 조사를 사용하여 어색한 부분을 없애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이 시조는 1,2,3을 하나로 엮지 않고는 글의 구성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12행의 시조가 되는 셈이다.

---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