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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시쓰기의 처음이자 마지막

Author
mimi
Date
2015-01-26 10:38
Views
22606


제목은 시쓰기의 처음이자 마지막



 



 



한 끼의 밥을 위해서도 이모저모 밥집간판부터 살피는데, 하물며 시에서 간판이라고 할 제목을 어찌 소홀히 다룰 수 있으랴. 시의 제목을 이승하는 ‘첫인상’이라 했고, 강연호는 ‘이름’이라 하였다. 연암 박지원은 글을 병법에 비유하면서 “글의 뜻은 장수와 같고, 제목은 맞서 싸우는 나라와
같다”
(<연암집>)는 문장을 남겼다.



 



그만큼 제목은 중요하다. “한 편의 시작품은 여러 부분이나 요소들이 모여 전체의 구조를 이루는데, 이때 제목은 전체
구조를 한 곳으로 응집하는 역할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구조의 확장에 기여하기도 한다
.(강연호, <주제의 구현과 제목 붙이기>)



 



김춘수는 <시의 이해와 작법>에서 시인이 제목을 붙이는 방식에 따라 시인의 태도가 결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 그에 의하면 시를 쓸 때 제목을 붙이는 세 가지 태도가 있다. 첫째는 미리 제목을 정해 두는 것, 둘째는 시를 완성한 뒤에 제목을 다는 것,
셋째는 처음부터 제목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다. 그는 스타일리스트답게 시의 의미와
내용을 중시하는 휴머니스트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말한다
. “제목이 정해져야 시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내용에
결백한 나머지 시의 기능의 중요한 면들을 돌보지 않는 일”이 있다며 시의 형식에 따라 내용이나 제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제목을 처음부터 붙이든 나중에 붙이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제목을 어떻게 붙일까 고심하는 그 과정이 창작자에게는 중요하다. 제목을 붙이는 일이 시쓰기의 처음이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라. 제목이 시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라
. 제목을 고치거나 바꾸는 사이에 시는 진화하거나 퇴보하거나 둘 중 하나의 길을 간다.
그것은 제목이 시의 내용과 서로 밀고 당기는 관계에 놓여 있어서다.



 



실제로 제목을 이렇게 붙여야 한다는 시인들의 조언도 적지 않다. “시의 내용이 추상적일 때는 구체적인 제목으로, 구체적일 때는 추상적인 제목을 붙여주면”(박제천, <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좋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이지엽은 “제목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 것이 시의 격조와 긴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면서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방법”과 “술어를
생략하거나 놀라움을 나타내거나
, 감탄형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성적 호기심이나 관능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선정적인 제목을 다는 경우”도 예를 든다.(<현대시 창작 강의>)



대체로 제목은 시의 중심 소재를 앞에 제시하는 경우(밋밋하고 단순해서 재미는 없지만 내용보다 어깨를 낮춤으로 해서 내용을 돋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 시간이나 공간적인 배경을 취하는 경우(-에’ ‘-에서’가 붙은 모든 제목이 그렇다), 주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경우
(김중식의 <완전무장>을 읽어보라), 첫 행을 아예 앞에다 내세우는 경우(최승자의
<개 같은 가을이>가 대표적이다)가 있다. 어떤 경우든 간에 호기심을 유발하되 난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며, 무겁되 가볍지 않게 해야 할 것이며, 은근히 암시하되 언뜻 비치게 해야 할 것이다.
다시 연암의 호쾌한 말씀에 귀를 기울여 보라.



 



“억양을 반복하는 일은 맞붙어 싸워 죽이는 일과 같고, 제목의 뜻을 드러내 보인 다음 마무리하는 것은 먼저 성벽에 올라가 적군을 사로잡는
일과 같다
. 짧은 말이나 글로 깊은 뜻을 담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일은 함락된 적진의 늙은이를 사로잡지
않는 일과 같고
, 글의 여운을 남겨 놓는 것은 전열을 잘 정비하여 개선하는 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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