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문학회
장르별 문학회
시 문학회
아동 문학회
수필 문학회
소설 문학회
평론 문학회
영문학회
시조 문학회
조상 彫像 /임창현

조상 彫像
믿기지 않는 세상이라서 살을 파고
뼈 다시 깎는 각인, 우리는
나무나 돌, 뿔에다 이름 새긴 도장
하나씩 갖고 산다.
도장을 나대신 찍으며 살아 온 지난 20년
내가 도장을 찍으면 도장은 나를 찍어주었다.
이제는 찍을 데도 없는 도장, 찍어도
찍어도 어제만 찍힌다, 추억만 찍힌다.
도장을 찍어서 사고 팔 땅도 없는 오늘,
소유를 확인할 필요도 없는 내 시집에
손자국 깊이 팬 상아도장을 찍는다.
어려서 신기해 몰래 찍어보던 아버지의 도장,
오늘 나는 아버지가 되었어도 내 아들은
내 도장을 신기해하지 않는다.
이민이라 도장이 필요 없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지.
아무리 찍어도 소유나 믿음의 의미로 남지 않는 흔적,
백지 위에 내 도장과 턱 끊어진 아버지의 수정도장을
번갈아 찍어보면 아버지는 아직도 내게서
나보다 더 든든한데,
당신은 지상의 천명부에 몸 도장 깊이 찍고 긴 잠드시고,
나는 오늘도 아버지의 도장 꼭 쥐고
가슴에다 아버지 찍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