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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이면/이 경 주

Author
mimi
Date
2010-01-06 08:53
Views
7363



눈 오는 날이면       / 이경주     

 

 

함박눈 묵언으로 내리는 날이면

함께 눈을 찍어갈 말동무가 있으면 좋겠다.

같은 고향이 아니라도

제각기 고향이야기를 하며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길동무가 있으면 좋겠다.

어깨를 맞대고

눈 속을

손잡고 함께 거닐 말동무가 있으면 좋겠다.

산장의 토방에 마주앉아

김이 서린 찻잔을 들고

깊이의 잣대 없이 투영한 맑은 눈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동무가 있으면 좋겠다.

허한 세월 속에 동무들 한 둘 떠나고

눈 오는 날이면 더욱 못견디게 그리운 추억들

자꾸 멀어져가는 세월의 일들을

낡은 시첩詩帖에 옮기며 함께 읊고 싶은

연인 같은

그런 넉넉한 마음의 길동무가 있으면 좋겠다.

묵언으로 함박눈 내리는 날이면

눈을 맞으며

함께 눈길을 찍어갈 말동무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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