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문학회

장르별 문학회

시 문학회

아동 문학회

수필 문학회

소설 문학회

평론 문학회

영문학회

1월의 수필문학회 소식

Author
mimi
Date
2013-02-04 08:01
Views
6749

.1월 2013 글사랑방 -수필.jpg





1월 글 사랑방에서 있었던 수필문학회에는 여섯 명의 수필가가 참가하여 작품을 발표했고

비평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시인 강혜옥씨와 지난번 입상한 ‘우리 금동이’라는 수필로
입상한 이춘옥씨 두 분이 자리를 함께하여
수필문학회에 신선한 느낌을 가져왔다.
박현숙 수필가는 ‘눈 오는 아침에’, 양상수 수필가는 ‘아들이 준 선물’, 이경주 수필가는

‘슬픈 성탄절’, 정두경 수필가는 ‘탕평과 통합’이라는 작품을 발표하였고 홍병찬 수필가가
메일로 보내온 작품 ‘그리운 친구여’는
이춘옥 수필가가 대신 발표하였다.

 


제재는 제목만큼이나 다양하여, 새와 다람쥐를 세밀하게 관찰한
글, 성탄절을 맞으며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에 대한 바람, 아들과 함께 본 한 한 편의
영화가 몰고 온 추억, 그리고 소포를 받고 느끼는 친구를 향한 그리움 등 주변의 일에 대한
관찰이나 일상생활의 느낌을 독특하게
그려내었다. 또한, 한국일보의 문인광장에 게재할
작품으로는 지난 박현숙의 ‘눈 오는 아침에’ 양상수의 작품 ‘아들이 준 선물’이
추천되었다.

 
 -수필문학회 위원장 양상수 -


----------------------------------------------------------------


                 < 1월 글사랑방 추천 작품 >                      




 아들이 준 선물  /양상수




 



작은아들에게서 영화를 보러 가자는 전화가
왔다
. 벌써 한 번 봤지만 아주 감명 깊어서 꼭 나와 함께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레미제라블!
사실은 벌써 보고 싶었지만 그냥 벼르기만 하던 영화였고 몇 년 만에 해 온 아들의 청이라 가슴이 뿌듯하고 들떴다.
빅터 휴고가 19세기 전반 프랑스의 비참한 현실을 그려낸 대작, 제목은 ‘불쌍한 사람들’이나 ‘비참한 사람들’로 직역이 되겠지만 내가 중학교 때 감명 깊게 읽었던 그 책은 주인공의 이름을 딴 ‘장발장’이
제목이었다
.


 


배고픈 조카를 위해 한 조각의 빵을 훔친
장발장은 감옥에 갇히는데 누이와 조카들의 생계를 염려하여 탈옥을 여러 번 시도한 대가로
19년이란 엄청나게 길고 가혹한 형벌을 받는다.
가석방 선서 아래 풀려나오지만,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사람취급을 못 받는 그는
자신의 신세가 개만도 못하다고 탄식한다
. 피곤과 굶주림에 시달리다 어느 날 성당의 사제관 문안으로 들어선
그에게 밀리에르 신부는 더운 음식과 깨끗한 이부자리를 제공해 준다
. 그곳에서 장발장은 잠깐의 유혹에 못 이겨
은접시를 훔치고 달아나다 헌병에 잡혀 사제관으로 끌려온다
. 하지만 자비로운 신부는 은접시는 그가 내준 선물이라고
대답하며 더불어 은촛대마저 내어준다
. 

 


소설의 줄거리가 이때쯤 되자, ‘장발장’을 더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었다
. 중학교 삼 학년 역사 시간, 전날 밤 읽기 시작한
‘장발장’은 나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고
, 수업시간이었지만 교과서나 달달 외우면 자신 있던 과목이었기에 선생님
눈을 속이자고 작정하였다
. 책상 위에 펼쳐 세워 놓은 교과서 안에 ‘장발장’을 펴 숨겨놓고 한참을 읽고 있을
때였다
. 선생님의 강의가 잠시 멎는 것도 모르고 그 책에 흠뻑 빠져 눈가가 촉촉해 올 즈음,
옆자리의 학생이 나의 팔을 툭 친다.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들자 선생님과 모든
학생의 눈이 나를 향해 꽂혀있었다
.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화가 잔뜩 난 선생님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양상수, 너 지금 내 강의 듣고 있었어?


 


“네? , 아 아, 아뇨.


 


“그럼 뭘 하고 있었지?


 


변명할 새도 없이 선생님은 어느새 내 곁에
서 계셨고
, ‘장발장’은 보기 좋게 압수당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선생님께 미안했고 아이들에게 창피했다. 당시 선생님들로부터 인정받은 모범학생,
전교 학생회 부회장 직책까지 맡은 내가 불명예스런 속임수를 썼다는 자책감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교무실로 찾아가서 꿇어앉고 끈기 있게 용서를 빈 덕분에 그 소중한 책은 내게 다시 돌아왔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그런 식으로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속이는 일은 다시 없었다.


 


이번에 본 레미제라블은 어린 시절 그 소설을
읽을 때와 같은 감동을 자아내리라는 기대는 숫제 하지 않았다
. 첫째 이유는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는 영화에서는 책에서나 설명이 가능한
자세한 환경을 설명할 수는 없고 세부사항이 모자란 상태에서 마음을 통째로 끌어들이는 것 역시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겼다
. 둘째로는 원래 뮤지컬 팬이 아닌 나는 인간의 심오한 마음이나 느낌을 노래로서 전달하기엔 진지함이 많이 결여된다고 느껴왔던 터에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쏟아 내리치는 물길 속에서
때 묻은 얼굴에 거의 알몸인 죄수들이 밧줄로 배를 끌어드리는 첫 장면부터 압도시킨 레미제라블은 나의 선입관을 허물어뜨리고 내 생애에서 본 거작
중 하나로 내 가슴에 와 안겼다
. 인간의 삶과 고뇌, 정의,
우정, 사랑, 그리고 희망을 노래로 이토록
절실히 그려낸 영화가 과연 몇 편이나 될까
. 이 영화에 완전히 도취했던 두 시간 반은 아쉽게도 너무 빨리
달음질쳐버렸다
. 레미제라블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로 치자면 수정처럼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판틴이 부른 “나는
꿈을 꿨어요”이겠지만 나를 훌쩍이게 한 건 학생들이 정부에 맞서 투쟁하다 쓰러져간 장면이었다
. “말 못 할
이 슬픔
/아픔만이 계속 이어지고/ 빈 탁자에 빈 의자들/내 친구들 지금은 죽고 없네/.” 죽어간 친구들을 향한
처절한 이 노래를 마리우스가 부를 때
, 나는 눈가를 몇 번이고 훔쳐야 했다.


 


현장에서 최초로 직접 녹음을 한 뮤지컬 영화, 내가 중학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책이 이번에는 화면을 통해 다시 나를 울리다니…
. 이 멋진 영화 한 편을 아들 덕분에 볼 수 있었던 게 참
다행이다
. 다시 ‘레미제라블’을 읽은 후 이 영화를 차근히 음미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때는 우리 집 거실에서 편한 자세로…. 눈물이 줄줄 흘러도 상관치 않을 테다.


 


사랑표현에 인색한 엄마이지만 아들에게 고맙다는
메일을 이튿날로 보냈다
. 가슴 속에서 튀어나오려는 또 하나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니 ...  “사랑한다, 아들아.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