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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혼돈

Author
문학
Date
2017-10-28 20:18
Views
2704

55. 혼돈.jpg

마음이 익숙해진다. 증오를 넘어 저주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매일 같이 그 악감정을 생산해 내고 있다. 그 미움에 활 시위를 당기면서 때가 되면 제대로 쏘아주마 벼르고 있지만 아직은 참는 편이 좋겠다는 군자적 인내로 정조준은 미루고 있다. 증오를 품는 사람이 그것을 받는 사람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한다. 증오하기를 그만두려면 자국이 선명하게 남더라도 통째로 도려내는 수 밖에 없다. 아쉽게도 나에게는 경우의 수가 많지 않지만 어쨌든 정곡을 찌르지 않고서는 여기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세상 그 어떤 고통도 사랑으로부터 유기되는 괴로움보다 더 크지 않음을 알게 되었지만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고통이 괴로움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있는 힘을 다해 미워하다 부쩍 커버린 고통에게 무엇인가를 소망하며 기다리며 굳어버린 절망감이 상당부분 항생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아이러니. 결국 극과 극은 또 통한단 말인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마음. 고통을 참아내게 하는 또 다른 고통. 그 복잡함. 물음표, 마침표, 느낌표가 뒤얽힌 진저리 나는 혼돈. 그 복잡함과 혼돈은 또 무엇으로 처방해야 하는지…… 가여운 나에게 이제라도 다 놓아버리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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