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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잘 쓰는 비법? 당신 안에 답 있다/한승원

Author
mimi
Date
2010-08-19 17:09
Views
13456

 



“소설 잘 쓰는 비법? 당신 안에 답 있다”




 

‘狂氣(광기).’

 

지난해 등단 40년을 넘어선 소설가 한승원(70)씨는 젊은 시절부터 작가실 바람벽에 이
두 글자를 쓴 흰 종이를 붙여 놓고 글을 써왔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소설쓰기에 빠져들었다가 1968년 한 신문사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설가가 된 후 올해까지 40년 동안 그야말로 미친 듯이 소설을 썼다. 소설쓰기에 미치지 않고 어떻게 좋은
소설을 쓸 수 있겠는가. 소설거리를 하나 붙잡으면 미친 듯이 써내야 한다”는 것이 이 두 글자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14
년전, 고향인 전남 장흥으로 돌아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작업실(해산토굴)을 짓고, 그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작품을 쓰고 있는
한씨가 소설을 쓰고 싶은 후배들에게 이 ‘광기’에 대해 설명하고 나섰다. 40여년 동안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분투하다가 실패하고
절망하고 방황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터득한 자신만의 소설쓰기 비법을 정리한 ‘한승원의 소설 쓰는 법’(랜덤하우스)을 내놓았다.


책에는 소설쓰기를 위해 어떻게 자기를 단련해야 하는가에서부터 소도구의 사용, 이야기의 구성, 구체적인 문장 다듬기까지 소설을
쓰기 위한 큰 그림과 구체적인 작은 조언들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기술적인 소설창작론은 아닌 것 같다. 작가 한승원의 삶을
간간이 비쳐내며,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그만의 철학 위에 구체적 방법론을 풀어낸 책은 수십년간, 어쩌면 생 안에서 한길을 걸어온
작가가 털어놓는 일종의 삶과 노동의 비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소설쓰기 조언서이지만, 때때로 소설과 소설가를 괄호로 묶고
삶이라는 단어를 넣어도 깊은 울림을 준다. 전화 인터뷰를 통해 책 속에 쓰인 내용들을 짚어가며, 소설쓰기에 대한 노작가의 생각을
따라갔다.

―‘가두기’와 ‘광기’에 대해.

“뜻있는 작가는 자기 스스로를 유배 보낸다. 그 유배지는
자기가 마련한 작가실이다. 작가는 그 유배지에서 자기를 양생해야 한다. 작가는 세상과 자기에게서 유배당할지라도 외롭지 않은 기이한
사람이다. 자기 소설 속에 설정한 인물들과 함께 살기 때문이다. 소설거리를 붙잡으면 거기에 알맞은 자료를 넉넉하게 수집하고 난
뒤에는 미친 듯이 몰입해야 한다. 불도저처럼 밀고 나아가야 한다.”

―소설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 했는데.

“사
람들은 누구나 신화적인 존재다. 모든 것이 바로 자기 안에 있다. 자기 안에 있는 우주적인 율동을 인지하고, 그것을 계발해야
한다. 소설가도 마찬가지다. 자기 안에 있는 소설가로서의 자질을 인식하고, 그것을 끄집어내 계발해야 한다. 그것을 말해주고 싶다.
당신 속에 들어 있는 것을 인식하고 계발하라고.”

―책에 구체적 방법이 가득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
설가는 늘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를 졸업하고, 다시 새로운 세계에 신입생이 되고, 또 그 세계를 졸업해야
한다. 졸업생과 새내기의 반복이다. 늘 자신도 알지 못하는 세계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 신인작가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을
새로운 방향에서 깊이 읽는 안목, 새로운 시각이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개발하는 통로는.

“작가
로서의 생명력은 정보 싸움에 있다. 자연에서도 배우고,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얻는다. 예를 들어 선인들이 쓴
책을 읽으며 선인들이 살아간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미처 못 캐낸 것들을 알게 된다. 그것을 만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감춰졌던 옛것과의 새로운 교배랄까. 또 작품을 쓰면서도 배운다. 작품을 쓰고 나면, 내 속에 이런 세계가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평생 한달음에 초고를 쓰고 5, 6번 퇴고 과정을 거치는 글쓰기 습관을 가져온 그는 예순이 넘으면서 스스로
낡아진 감수성에 대한 못미더움 때문에 요즈음에는 최소한 10번 이상의 수정, 가필을 통해 탈고를 한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나왔을 이 책에 이어, 그는 지금 또 다시 해산토굴 속에서 자신을 가두고, 장편소설 한편을 써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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