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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어를 사용한 표현이 의사소통에 주는 영향

Author
mimi
Date
2014-01-27 05:42
Views
10404

부정어를 사용한 표현이 의사소통에 주는 영향 무심코 부정어를 섞어서 말하고 있진 않나요?

수많은 연구자들이 인간의 의사소통에 관하여 연구해 왔고 실로 다양하기 그지없는 요인들에 관해서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출처: gettyimages>

어떤 사람이든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의 유지, 강화 혹은 단절은 어떻게 그들과 의사소통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기에 수많은 연구자들이 인간의 의사소통에 관하여 연구해 왔고 메시지의 전달자와 수신자 간의 상호작용, 개방적인 성향이 미치는 영향, 칭찬과 비판의 효과, 심지어는 제스쳐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의 영향력까지 실로 다양하기 그지 없는 요인들에 관하여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1) 이를 제한된 공간에서 한 번에 모두 다룬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겠지만 그 중 흥미로운 주제 하나를 뽑아 의사소통이 얼마나 미묘한 요인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본편에서는 ‘부정어’라는 것이 포함된 화법이나 표현이 의사소통의 결과를 어떻게 바꾸는가의 예를 통해서 이를 살펴보자. 영어에서는 ‘not’이 대표적인 부정어이고 우리말에서는 ‘아니’나 ‘못’, ‘아니다’, ‘말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실제로 우리는 어떤 말을 할 때 “OO하지 않는다”라는 식의 표현을 부지불식간에 자주 사용한다. 굳이 그 반대말에 해당하는 “XX한다”라는 말을 쓰면 될 것을 꼭 이렇게 부정적인 표현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말의 순화나 올바른 사용을 연구하고 알리는 노력을 하시는 분들도 자주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심리학적으로 꽤 재미있는 이유가 숨어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심리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전장치의 대가는 종종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의미와 그에 따르는 불협화음이다. 따라서 조심해야 한다.

도널드 러그(Donald Rugg)라는 미국의 사회조사 전문가가 1940년대에 했던 조사에 의하면 재미있는 역전현상이 부정어를 사용함으로써 쉽게 관찰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유명한 예 하나가 이른바 허락(allow)과 금지(forbid)의 차이이다.2) 당시의 미국인들에게 아래와 같이 물어봤다.

질문 A: 우리나라(미국)에서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대중 연설을 허락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 62%의 미국인들이 ‘아니오’를 선택했다고 한다. 거의 2/3에 해당하는 다수다. 하지만 질문을 살짝 바꾸면 결과가 상당히 달라진다.

질문 B: 우리나라(미국)에서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대중 연설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허락하지 않다(not allow)와 금지(forbid)는 의미적으로는 같은 것 같지만 심리적인 강도에 있어서는 후자가 당연히 더 강하며 때론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각될 수도 있다. <출처: gettyimages>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해 미국인들은 46%만이 “예”라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질문 A에 대한 “아니오”와 B에 대한 “예” 모두 결국 의미적으로는 금지의 의미인데도 말이다. 50%를 기준으로 전혀 다른 결과가 관찰된 것이다. 왜 이런 불일치가 관찰되었을까? 그리 어렵지 않은 추측이 가능하다. 허락을 반대하는 것은 ‘금지한다’보다는 한 발 더 물러나 있는, 즉 심리적 퇴로가 좀 더 넓은 표현이다. 여기서의 퇴로는 덜 단정적이고 덜 용감하며 따라서 부담이 적다는 것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허락하지 않다(not allow)와 금지(forbid)는 의미적으로는 같은 것 같지만 심리적인 강도에 있어서는 후자가 당연히 더 강하며 때론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러그가 그 시대에 실시했던 또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됐다. “임신중절을 금지해야 한다”라는 질문보다는 “임신중절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질문을 사용함으로써 응답자들로부터 ‘그렇다’ 혹은 ‘그 의견에 찬성한다’와 같은 긍정적 반응을 훨씬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후자의 질문에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퇴로가 더 넓어 부담감이 적었을 것이다.

Not A is = B?: 부정어 사용이 주는 착각과 소통의 어려움.

이를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바는 무엇인가? 예를 들어, A라는 말의 반대어라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B라는 말이 정확하게 ‘is not A’ 만큼을 의미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is not A’라는 식의 표현은 대부분의 경우 B까지 표현하여 더 많은 경우와 가능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질문에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답을 듣게 되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단순히 좋아하는 걸까?”, “관심이 없다는 걸까?” 혹은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등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부정어를 사용한 표현이 과다하게 사용되면 상대방이 오히려 더 많은 오해를 하게 될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

따라서 분명하게 말해야 할 때 혹은 정확한 의사표현을 해야 할 때는 되도록 부정적인 표현인 “~않다”를 최소화해야 한다. 영어로 치자면 not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를 전달하는 쪽과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 쪽 간에 그 의미의 ‘정도’나 ‘강도’에 있어서 괴리가 발생하며 이는 다양한 오해의 소지를 만들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정어를 포함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어떨 때 그럴까? 한 마디로 자신이 없을 때이거나 책임을 조금 덜 지고 싶을 때이다. 국정감사에서 질문공세를 받고 있는 공직자들께서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도 아닌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라는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이다. 그런데 이런 표현이 과다하게 사용된다면? 상대방이 오히려 더 많은 오해를 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그 부정어로 인해 해석 가능한 대안적 의미들을 제각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당연히 불협화음이고 소통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은 명확해야 한다. 특히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나이를 먹을수록 리더의 자리로 올라갈수록 1대 다수의 의사소통의 상황이 많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어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표현방식이나 화법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쓰고 있는지 우리 각자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말을 바꿈으로써 변화되는 마음 그리고 의사소통

부정어 사용을 최소화하는 허심탄회한 표현을 글이나 말을 통해 자주 하게 되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여러 가지 왜곡된 측면들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간다. <출처: gettyimages>

그런데 언어분석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일상생활의 대화나 글에서 부정어의 사용 빈도가 최근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분야를 연구하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부정어를 포함하는 표현이 많다는 것은 ‘불안’ 혹은 ‘의도를 ‘감추고 싶은 거짓마음’ 등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고 한다.3) 4) 그런데 못지않게 우리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은 생각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말을 바꿈으로써 역으로 생각이나 마음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분야의 유명한 연구자인 미국 텍사스 대학의 제임스 페니베이커(James Pennebaker) 교수는 언어의 사용패턴을 교정함으로써 심리적인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음을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교정이라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부정어 사용을 최소화하는 허심탄회한 표현을 글이나 말을 통해 자주 하게 되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여러 가지 왜곡된 측면들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의사소통에 있어서 마음과 말의 관계는 정교하기 그지없다.

물론 허심탄회하고 솔직한 표현을 다른 사람들에게 무심결에 했다가 구설수에 휘말리거나 반발감을 살 위험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나 혼자 보는 공간에서는 이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 좋은 예가 일기다. 일기는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 바로잡음, 그리고 이를 통해 더 건강한 언어적 의사소통을 위한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 실제로 대인관계 능력이 일기 쓰기를 통해 향상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과 실제 경험들은 국내외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기를 써야 하는 중요한 이유 하나가 또 있는 셈이다.

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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