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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사마리아인의 법 (Good Samaritan Law)
선량한 사마리아인의 법 (Good Samaritan Law) /68년 서윤석
꿈 속에서 들리는 음성 같았다. “ 승객여러분 중에 의사나 간호사가 계십니까? 기내機內에 환자가 발생하였습니다.” 미국에서 떠난지 10시간쯤 되었을 때다. 아직도 4시간은 더 가야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아마도 러시아상공 어디를 777항공기는 날아가고 있었다. 전 같으면 불이 나게 환자에게 달려 갔겠지만 이제 은퇴도 했겠다, 더구나 이곳은 비행기 속인데, 아마도 그저 누 가 좀 아픈가 보다 하면서 나는 비몽사몽간에 대부분의 승객들처럼 자던 잠을 계속 자고 있었다. 갈비찜으로 저녁식사를 두둑히 하고 깊이 잠들어 있어서 처음에는 무슨 꿈 속에서 들리는 음성 같았다. 그런데 4-5분쯤 더 지났을까 또다시 방송을 한다. “환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의사나 간호사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니 아직도 이 많은 승객들 중에 의사나 간호사가 없단 말인가’ 하며 정신이 들었다. 아내가 나를 보며 “ 당신 의사가 아니야?” 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나는 비로서 잠을 깼다. 그리고 잠시 옷을 잘 가다듬고 신발을 찾아 신고서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측 되는 뒷쪽으로 서둘러 갔다. 한 칸을 가니 다음 칸으로 연결된 평소엔 스튜어데스들이 일을 하는 바로 그 공간이 커텐으로 가려져 있는데 바닥 에 나이가 많이 든 동양여자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의료인은 보이지 않았다. “ 나는 은퇴한 의사인데 도움이 필요한가요?” 하니 그렇다고 한다. 나는 환자의 머리위에서 앰부백(Mask Ventilation Bag)을 주무르며 호흡을 돕고 있는 승무원에게 목의 위치를 잘 잡아주고 혈압이 그녀의 손목에 내 손을 얹고서 찾아보아도 맥박이 잡히지 않았고 아주 심하게 여윈 팔에는 혈압기를 부착 하였지만 혈압도 기록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늘 가지고 다니는 청진기가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비행기의 심한 소음 때문에 청진기같은 것은 쓸모가 없었다. 환자 곁에는 그녀의 사위라고 하는 50대 중반의 남자가 있었다. 그녀의 건강이 근래에 좋지 않았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간단한 병력을 물어보면서 라이라 라이라 하며 우리는 그녀를 큰 소리로 부르며 얼굴도 때려 보았지만 그녀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환자의 몸은 바싹 말랐지만 양쪽 다리는 퉁퉁 부어있었다. 몇분 전 변소에서 나오자 마자 그냥 쓰러졌다고 한다. 장시간 여행에는 필수라고 하는 걷는 운동도 하지 못해서 다리에서 생긴 혈전이 폐로 올라갔었거나 심장 마비의 증상으로 생각되었다. 한편 여자 승무원에게 장갑을 끼고 심장마사지를 하도록 지시했다.(멸균된 장갑은 안 보였음) 몇분 후 나는 환자의 상태가 이미 사망한 것 같아서 승무원에게서 전지(Flash light)를 구해서 양쪽 동공을 비춰 보았다. 쇽을 시도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족의 승락을 얻고나서 디휘블레이터(Defibrillator)가방을 열고 장비를 꺼냈다. 그리고 환자가 목에 걸고 있는 보석이 담긴 작은 꽃주머니를 클러서 사위에게 주었다. 아마도 그녀가 아끼던 귀중품들이 이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다고 그 응급가방 속에는
ACLS( Advanced Cardiovascular Life Support) Certificate 교육시 우리가 보던 디휘블리에이터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환자의 여윈 가슴에 부착했다. 나타나야되는 심전도가 나타나지 않는다. 지시하는대로 버턴을 눌렀다. 보이지 않았다. 수 차례 시도를 하지만 더 이상 하지 말라는 기계음성이 나온다, 나는 다시 동공을 확인했다. 양쪽 동공이 열려져 있었고 고정되었다. 나는 CPR을 끝내고 사망을 선언했다. 그리고 사위에게 알렸다. “ 대단히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장모님께서 운명하셨습니다” 우울한 기분으로 나는 내 자리로 되돌아왔다. 비행기는 아직도 4시간을 더 날아가야된다. 인천공항에 도착할때까지 나는 여러가지 상념에 잠겨있었다. 옆에 앉아 있었던 아내는 내가 얼이 빠진 사람처럼 한 마디 말도 없다면서 죽은 사람을 보아서 무서워서 그러냐고 했다. 그리고 왜 나의 셔스가 그토록 물론 혼이 났거나 무서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때 나는 꼭 깊은 잠 속에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무슨 인연이 있었길래 이세상을 떠나는 저 할머니와 같이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가게 되는 것일까? 참으로 죽음이란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아무도 다음 순간을 예측할 수 없는 우리 인생임을 또다시 깨닫게 한다. 한편 88세까지 살다가 저처럼 이세상을 훌적 떠나 버리는 저 분은 어쪄면 축복을 받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고향에는 몹시도 슬퍼하고 있을 가족들도 있을 것이다. 라이라 아디오스, 안녕히…. 이렇게 보라색 장미꽃 한 송이는 한편의 시詩가 되어 우리 가슴 속에 오래 오래 머물고
얼마 후 비행기의 기장機長이 내 책임을 확인하고자 인사를 하러온 모양이다. 그녀가 심장마비(Cardiac 의사면허번호, 연락처등 인적사항을 알려주었다. 기체내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일은 처음이란면서 도와 주어서 감사다고 인사를 한다. 기장으로서 직업정신이 투철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날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 우리가 사용했던 그 응급가방을 스튜어데스가 바로 내 발 앞의 왼쪽 캐비냇에 넣어두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우연이긴 하겠지만 오하이오에서 온 비행기 기장에. 오하이오에서 온 나를 하필이면 이 자리에 앉히고, 바로 내 앞에 왜 그 가방이 준비되어 있었는가 하면서…. 오도리헵븐처럼 머리를 뒤로 이쁘게 빗어올린 이 미인 할머니를 천사 같은 아름다운 젊은 스투어데스들이 훨훨 날아다니며 살려보려고 무척 애타하고 문상객의 자격으로 그녀의 죽음을 애통하며 예기치 못하던 시간들이 신비하게만 느껴졌다. 불경佛經에 한 알의 모래알에 수만가닥의 인연이 비행기의 엔진소리가 더욱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꼭 구름 속, 말로만 듣던 하늘나라에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우리는 서서히 경직되어가고 있는 그녀의 육신과 함꼐 시베리아 상공을 계속 날아갔다. 만주땅을 거치면서 북한 상공만은 피해서 서해안을 따라 내려오다가 네 시간 후 안개가 자욱히 끼고 천둥번개가 번쩍이는 인천공항활주로에 우리 비행기가 착륙한 후 10분 정도 우리는 기다렸다. 기장이 방역당국과 교신하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하였는데 문 앞에는 방역대원들이 얼굴에 마스크와 손에 흰 장갑을 끼고 승객들이 다 내리고나면 그 시신을 운반할 예정인 것 같았다. 기내에서의 승무원들은 참 교육이 잘 되어 있었다. 기록을 담당한 승무원은 병원에서 처럼 자세히 상황을 기록하고 각자 임무를 수행하면서 모두들 CPR시에 필요한 일을 순서대로 잘 다루고들 있었다. 내가 처음 현장에 도착하였을 때에도, 첫째로 필요한 절차인 기도(air way)를 잘 확보하고 있었고 필요한 Cardiac Massage를 하는 동작에서도 평소에 CPR 교육을 기내機內에서는 링겔정맥주사약이나 칼이나, 바늘이나 다른 의료기구는 비행기 속이었는데도 승무원들이 모두들 민첩하고도 질서 정연하게 행동했다. 그런데 지난 40여년 의사로서 본인이 보아온 여러 환자들의 사망과는 이번 경우는 좀 달랐다. 첫째로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모든 치료행위에는 의료소송의 문제를 늘 생각하여야한다. 사마리탄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남을 도와줄 때도 조심을 해야되는 세상이 되었다. 환자들을 도와준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비행장이나, 콘서트 홀, 자원해서 환자들을 도와주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가끔 그와는 달리 병원내에서도 우연히 응급처치를 돕다가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하여 수년간 곤욕을 치루었다는 동료의사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법조계인으로 살고있으면서, 근래에는 미국변호사시험에도 합격했다는 친구에게 이 문제를 질문을 했더니 그는 웃으며 법조항을 대면서 안심시키는 응급상황에서, 금전적으로나, 자신의 현재직장이 관계된 치료가 아닌 선의의 구조작업에서 “조심스럽게 적절한 행동과 기술로” 환자들을 도와주어도 된다고 한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의사들이라고 다 능력이 같은 것은 아니다. 각자 전공이 다르다. 은퇴를 했거나 여러가지 이유에서 준비가 안 되신 의사분들도 있다. 또 CPR 훈련을 계속 은 일이 없으신 분들은 잘 도울 수가 없다. 그러니 가능하면 ACLS( Advanced 대한 지식을 가추어야 된다고 본다. 응급전문의사나 병원내에서 자주 응급환자들을 다루던 분들은 더 적임자일 것이다. 그래도 마취과, 이비인후과, 심장내과, 외과의사, 하우스닥터 등은 다 도움을 줄 수 있다고본다. 물론 의사 개인의 경험에 따라에 능력과 자격이 다르다고 본다. 보다는 다소의 차이는 있어도 여러가지로 위급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2세 여의사가 비행기 속에서 심장경색증으로 고생하는 한편 승객이 되는 사람들은 특히 건강이 안 좋은 분들은 되도록 장시간 비행기여행은 삼가하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항공회사측에서도 될수록 건강이 나쁜 이런 환자들을 탑승전에 가려내는 것도 필요하다. 이 일이 있은 후 국내외 신문지상에서 비슷한 기사를 읽은 피치 못 할 경우에 꼭 여행을 해야한다면 수시로 기내에서 걷는 운동이라도 하면서 병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처럼 응급 환자가 있으니 나와서 도와 달라는 방송을 들었을 때 환자를 도와 줄 수 있는 의사가 안 나가고 버티고 앉아있는 것도 ‘양심의 죄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것은 의사가 된 사람이면 결정해야 될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이다. 그리고 아무도 그 결정을 비판 할 수는 없다. 또 하나 의료인들이 활동하는 병원같은 의료시설이 아닌 이런 상황에서 사망의 진단을 내리는데 사용했던 판단 기준이 호흡정지, 심전도의 무반응,
서울에 도착한 며칠 후 본인은 항공사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그리고 한달 후 미국으로 돌아오던 길에도 어떻게 알았는지 그들이 본인을 귀빈실에 안내하며 비행중에도 내내 특별 써비스를 보여주었다. 환자도 살리지 못한 사람에게 너무도 과분한 친절을 베푼 항공사에게 회신回信의 글을 보냈다. 그 내용에는 누구나 안심하고 응급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국제법적인 보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그리고 고인이 된 그분도 썼다. 외람된 소견이지만 많은 의료인들이 이런 응급환자를 도울 수 있는 CPR 교육을 받고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사마리탄으로 남아 있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전화로 911(미국)나 119(한국)을 부를 수도 없는 이런 상황에서 혹시 누가 아는가, 그런 도움을 받을 사람이 바로 우리들의 가까운 이웃이나 사랑하는 가족이 될지를….
*환자의 이름은 법적보호상 실명實名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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