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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人柱)_김박은경
Author
정혜선
Date
2023-05-21 00:28
Views
14
인주(人柱)
인주라면 산 제물이라는 건데
그럼에도 유적마다 페허가 되겠지
페허마다 유원지가 되겠지
절룩절룩 걸어가는 저 연인들도
언젠가 다정한 일이 되겠지만
서로의 마음에 서로를 묻으며 안녕을 기원하고도
어김없이 무너지는 페허 속에 살고 있으니
마음은 첩첩산중의 소용돌이,
새로 짓는 집집마다 가라앉는데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고 있다면
그녀가 누워 있다는 뜻인가요
성벽 밑의 성벽 밑까지 파 내려가면
더 많은 그녀들이 누워있다는 뜻인가요
몸 위의 몸 위의 몸들이
두렵고 외로워 허우적대는 안간힘이
성채를 다리를 둑을 아니 온 세상을
얼기설기 떠받친다는 것일까요
이곳에는 죽은 사람들이 정말 많군요
김박은경
성벽 밑에서 그녀가 발견되었다
유리구슬 목걸이와 팔찌 같은 것들도건물을 지을 때 주춧돌 아래 묻으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인주라면 산 제물이라는 건데
그럼에도 유적마다 페허가 되겠지
페허마다 유원지가 되겠지
절룩절룩 걸어가는 저 연인들도
언젠가 다정한 일이 되겠지만
서로의 마음에 서로를 묻으며 안녕을 기원하고도
어김없이 무너지는 페허 속에 살고 있으니
마음은 첩첩산중의 소용돌이,
새로 짓는 집집마다 가라앉는데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고 있다면
그녀가 누워 있다는 뜻인가요
성벽 밑의 성벽 밑까지 파 내려가면
더 많은 그녀들이 누워있다는 뜻인가요
몸 위의 몸 위의 몸들이
두렵고 외로워 허우적대는 안간힘이
성채를 다리를 둑을 아니 온 세상을
얼기설기 떠받친다는 것일까요
이곳에는 죽은 사람들이 정말 많군요
- 김박은경 시인의 브런치에 올려진 시를 옮겨 적었습니다. https://brunch.co.kr/@dauville/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