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문학자료실
워싱턴 문학
오늘의 시
평론과 해설
문학 강좌
세계의 명시
우리말 바루지기
워싱턴 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
무언의 깊이
Author
문학
Date
2021-05-07 17:37
Views
945
무언의 깊이
신지혜
소리 나지 않는 것이 더 큰 소리를 낸다
요란한 목탁소리보다 조용한 절간 댓돌위에
가지런히 놓인 흰 고무신이 더 소리가 깊다
흰 고무신보다 산등성이 여기저기 깨지고 터진
바위 무더기가 더 소리가 깊다
바위 무더기보다 빈 골목, 하염없이 달 쳐다보고
가만 앉아있는 개의 동공속이 더 깊다
개의 동공속보다
혼자 굴러가는 외바퀴 휠체어 저 만월이 더 깊다
그러나
배고픔도 고통도 말하지 않는
케테 콜비츠* 판화속의 굶주린 어린아이들,
퀭한 그 눈 속이 빈 밥그릇처럼 깊고도 아득하여
이미 오래 전 닫혀버린,
소리 잃은 입술들
그 캄캄한 무언이
뼈를 깎듯 더 아프고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