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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사진, 배려의 희생양

Author
문학
Date
2016-10-22 06:03
Views
2549

001. 사진, 배려의 희생양.jpg



나는 길에서 사진을 배웠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사진에서 길을 배우고 있다. 선배들은 내게 카메라는 기계가 아니라고 말해줬다. 짝사랑하는 이의 편지지가 될 수도 있고 세상을 향해 소리지르고 싶은 사람의 확성기가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사진은 누군가에게 휴식과 추억과 감동 그리고 즐거움과 행복이어야 한다고 했다. 꼭 그래야 한다고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사진을 보통명사가 아니라 추상명사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종이와 잉크의 접합체가 아닌, 모니터가 뿜는 색 광선의 조합이 아닌, 오감을 담은 마음으로 여기고 싶었다. 내게 사진은 손수건과 같다. 좋은 향이 나면서도 나의 온갖 오물을 뒤집어 쓰고 있는 점에서. 늘 지니고 다니면서 눈물을 훔치고 땀을 닦는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누군가의 앉는 자리로 깔려지는 배려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길 위에서 앞서 뛰어가면서 따라오라 손짓하는 사진을 한다. 선생과 이정표가 되고 싶어 조바심을 낸다. 그 분들의 얄밉도록 잘 만들어진 빈 틈 없이 화려한 작품에 비해서 나의 그것은 너무 헐겁고 일상적이다. 그래도 나는 옆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웃음 지으며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사진이 더 정겹다. 뒷주머니에서 몇 달씩 접혀있어도 언제라도 방석과 걸레가 될 준비가 되어있는 배려의 희생양, 손수건처럼 말이다.  


이준현 (Lee, Joonhyun)

사진작가 | (703)531-7468 | www.thehappygraphy.com | thehappygraph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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