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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뒤에야 안다
Author
hwlee@kbs.co.kr
Date
2022-06-19 20:18
Views
197
죽은 뒤에야 안다
이현원
파 뿌리는 원래 흰색이었을까
검은색이나 갈색이
비바람에 허구한 날 시달리다
고난의 허물을 벗고
하얗게 바랬을 거다
싱싱했던 줄기는
기름기 주르르
늘 젊은 피가 돌거라고 뽐냈다
육신이 졸아들거나
통째로 뽑힌다는 사실을 모르고
오만의 몸집을 불려나갔다
땅속 뿌리가 뽑혀진 후
몸뚱이 떠받친 뿌리의 힘으로
대를 이어 간다는 걸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후에나 알았다.
이현원
파 뿌리는 원래 흰색이었을까
검은색이나 갈색이
비바람에 허구한 날 시달리다
고난의 허물을 벗고
하얗게 바랬을 거다
싱싱했던 줄기는
기름기 주르르
늘 젊은 피가 돌거라고 뽐냈다
육신이 졸아들거나
통째로 뽑힌다는 사실을 모르고
오만의 몸집을 불려나갔다
땅속 뿌리가 뽑혀진 후
몸뚱이 떠받친 뿌리의 힘으로
대를 이어 간다는 걸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후에나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