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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회장 취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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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귀순 회장


        

  고통이 축제가 된다면

  권귀순

 

  ‘고통의 축제‘ 라는 시에서 정현종 시인은 자신을 축제주의자라고, 그 중에 고통의 축제가 가장 찬란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세상너머 어느 먼 곳, 어느 경지에 다다른 사람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고통이 가장 찬란한 축제라니요.

  미국의 시인이며 사상가인 에머슨은 ‘고통의 집을 보지 못한 사람은 우주의 절반밖에 못 본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문학이란 고통이 피워낸 꽃일진대 우리가 문학을 하는 진정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일이 곧 축제가 될 수는 없을까 넘치는 생각도 해봅니다.

  ‘작가는 그의 가족이나 이웃이 그들이 원하던 것, 서러워하던 것에 대해 이미 다 잊어버린 뒤에도 그것을 주지 못한 아픔으로 오래오래 신음하고 남몰래 혼자 운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가장 아프게, 가장 나중까지 우는 자다‘ 라는 어느 작가의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요동치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 전율을 느낀 때 있었습니다. 문학이란 그토록 아픈 것인가, 그토록 아파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자각 때문이었습니다.

  삶을 살아내기가 참으로 힘들어지는 어려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문학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생각하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할 수 있는 감동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문인들에게는 글이라는 무기가 있어 글을 통해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문학이 내 이웃

을 위해 넘어진 사람의 손을 잡아 주고, 우는 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아픈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다만 따스한 온기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 작은 역할이라도 하기 위해

서는 울림이 있는 작품을 쓰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울림’ 이라고 감히 말하지만 그 울

림을 작품 속에 담기 위해 부단히 훈련해야할 것입니다. ‘당신의 영혼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내 영혼이 있어 무엇 하랴’ 라는 릴케의 말을 가슴에 새깁니다.

  헤밍웨이는 고독과 싸우는 인간의 의지에 매료되어 문학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문인회원

여러분들이 더 많이 외롭고 더 많이 고독하도록 부추기려고 합니다. 그 외로움과 고독 가운

데서 창작의 등을 밝힐 수 있도록 독려하고 서로 다독이는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 흩어진 낟알이나 떨어진 이삭은 그 현장인 들판에 가야만 얻을 수 있

듯이 문인회라는 글밭에 와서 얻어갈 수 있는 낟알과 이삭을 많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인은 글로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찻잎이 아무리 좋아도 찬물에서는 향이 울어나지 않습니다. 우리 회원들이 가진 문학적재능이 제대로 울어날 수 있도록 따뜻한 물의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회원여러분께서는 좋은 문학의 향기를 아낌없이 발휘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시선은 문학을 벗어난 울 밖으로는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문학으로 결속된, 감동이 있고 문학의 향기가 있는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향기는 싸고 또 싸도 밖으로 흘러나오게 되지요. 감출 수 없는 향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 1 30-

워싱턴문인회 14 회장    권   귀   순